결정장애는 왜 생기는 걸까?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한번 알아볼게요.
메뉴 하나 고르는데 10분, 나만 그런 걸까?
치킨을 시킬지 피자를 시킬지.
검은 옷을 입을지, 회색 옷을 입을지.
쉬는 날 뭘 할지, 카페에선 무슨 음료를 마실지.
‘사소한 선택’ 앞에서 머뭇거리다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다.
결정장애.
이 단어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꽤 자주 들리는 말이다.
"나 결정장애 있어서 아무거나 못 골라."
"결정 좀 대신해줘!"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 안에는 많은 불안과 부담이 숨어 있다.
왜 우리는 그렇게 '결정'이 어려울까?
단순히 우유부단해서일까?
아니면 뭔가 더 깊은 심리적 배경이 있는 걸까?
결정장애는 단순한 ‘성격’이 아니다
결정장애는 흔히
'소심하다', '우유부단하다', '자신감이 없다'
는 말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결정장애는
단순히 ‘성격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지적 과부하와 감정적 회피가 뒤섞인 복합 심리 반응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 또는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라고 부른다.
정보가 너무 많고,
선택지가 너무 다양할수록
인간은 오히려 선택하지 못하게 된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Barry Schwartz는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불안과 후회의 가능성만 커진다.”
과거엔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축복이었다면,
지금은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는 시대다.
결정장애는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선택의 책임과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큰 사람일수록 더 잘 생긴다.
결정장애 뒤엔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많은 결정장애형 사람들은
'어떤 선택이 최선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선택한 뒤 후회할까봐'라는 두려움이 깊게 깔려 있다.
‘FOMO(Fear of Missing Out)’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
이런 심리는 선택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또한,
결정 후에 생기는 책임감도 문제다.
"이걸 내가 골랐으니까, 결과도 내가 감당해야 해."
라는 압박이 결정을 미루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남의 말에 쉽게 휘둘리고
아무거나 고르자며 회피하고
결정 자체를 미루는 전략을 쓰게 된다.
하지만 회피는 일시적인 편안함만 줄 뿐,
나중에는 또 다른 후회로 돌아온다.
"그때 왜 그렇게 했지?"
"좀 더 생각해볼걸."
후회와 회피의 악순환은 쉽게 끊기지 않는다.
결정장애는 '선택 그 자체'보다,
'선택의 결과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되는 감정의 문제다.
왜 요즘 사람들은 더 결정장애에 시달릴까?
결정장애는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선택지가 많아져서'만이 아니다.
1.비교가 일상이 된 사회
SNS에서는 누가 뭘 먹었고,
어디를 갔고, 어떤 옷을 샀는지가 매일 공유된다.
우리는 '내 선택'이 타인의 선택보다 못할까 봐
끊임없이 비교하고, 불안해진다.
2.평균 이상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최고를 골라야 해."
"실패하면 안 돼."
‘무난한 선택’조차 용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항상 최고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3.내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압박
무엇을 공부할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누구와 연애할지까지
모든 선택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사회 속에서
선택은 곧 자기 삶 전체를 좌우하는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이 모든 요인이
결정장애를 ‘요즘 사람들의 문제’로 만들고 있다.
결정은 원래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실패 없는 선택’이 요구되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이, 더 깊이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결정장애를 줄이기 위한 작은 연습들
결정장애를 단숨에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습관들을 바꾸면,
조금씩 가볍고 단단한 선택을 해나갈 수 있다.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충분한 선택’을 추구하기
무조건 최선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충분한 선택이면 된다.
“이 정도면 좋아.”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결정부터 훈련하기
메뉴 고르기, 옷 고르기 같은 사소한 결정부터
즉각적이고 직관적으로 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결정 후엔 되돌아보지 않기
한 번 결정했으면, 그 다음엔 '선택한 것을 좋게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후회를 최소화하려면 선택 이후 행동이 중요하다.
선택을 공유하지 않기
SNS에 모든 걸 공유하지 말자.
타인의 시선이 붙는 순간,
내 선택에 대한 만족감은 쉽게 흔들린다.
‘내가 나의 기준’임을 기억하기
결국 모든 선택은
나를 위해, 나만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게 가장 건강하다.
결정장애는 없어져야 할 약점이 아니라,
우리가 자기 삶을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다만 그 고민이 너무 무겁지 않게,
스스로를 덜어주면서 해 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