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말은 늘었는데, 더 모르게 됐을까?” 한번 생각해 보았어요.
– 18개월 아기 말문 틀 때 생기는 혼란기
요즘 저희 집에는 말문이 열리기 시작한 작은 인간이 살고 있습니다.
“엄마”, “이게뭐야”, “조아”, “멍멍”, “시러”…
처음 들었을 땐 감동 그 자체였어요.
소리를 흉내 내더니 어느새 단어를 말하고,
단어가 문장이 될 것만 같았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말이 늘수록, 해석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아니 분명 “엄마”라고 말했는데,
그 뜻은 무려 12가지였던 날도 있었거든요. 😵
단어는 분명한데, 뜻은 복불복
예를 들어 “까까!”
보통은 간식을 의미하지만,
우리 아기에게는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집니다.
배고프다
입이 심심하다
뭔가 먹고 싶은데 뭔지 모를 때
식탁 의자에 앉고 싶다
단지 까까 소리를 내고 싶다
가끔은 장난감을 보며 “까까”라고 하고,
심지어 티비 리모컨을 달라고 하면서도 “까까!”라고 해요.
저는 결국 집에 있는 간식을 전부 꺼내어
일렬로 진열하고, 퀴즈쇼처럼 "이거? 이거?" 묻습니다.
정답을 맞추면 아기의 눈이 반짝이고,
틀리면 “아아아앗!!!” 하는 절규가 날아오죠.
이게 바로 18개월 엄마들의 실시간 통역 미션입니다.
‘엄마’라는 단어의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요즘 하루에도 수십 번,
정확히는 기록상 132번은 들은 것 같아요.
“엄마~ 엄마~ 엄마!!!”
그런데 ‘엄마’는 제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엄마라는 단어는 아기의 언어 세계에선 거의 만능 명사예요.
“엄마!” = 물 줘
“엄마!” = 장난감 꺼내줘
“엄마!” = 심심해
“엄마!” = 그냥 부르고 싶음
이쯤 되면,
‘엄마’는 사람인가요, 기능인가요?
저는 이제 무조건 “왜?”라고 되묻습니다.
그러면 아기가 다시 한번 “엄마~!”라고 대답해요.
우리 둘 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감정이 말을 이겨버릴 때
아기와 대화는 말과 말 사이에 많은 눈치와 추론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아기들은 말은 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감정이 주도권을 쥐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좋아서 소리 지르고,
싫어서 바닥에 누워 울고,
화가 나면 손으로 물건을 던지고 나서
“앗뜨!” 한 마디로 끝냅니다.
이럴 때 "왜 그러니?" 하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까까…” 혹은 “응!!”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도
표정, 제스처, 타이밍으로 유추해야 하죠.
저는 이쯤 되면 감정 번역가 + 상황 해석가 + 배우자 없는 콜센터 상담원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뜻은 모르겠는데, 뉘앙스는 알겠는 말들
가장 혼란스러운 건 바로 이거예요.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분위기는 알겠는 말.
아기가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키며
“엄마~ 꿍따다~ 뿌아~ 멍멍 따!”
표정은 매우 진지합니다.
그럼 저는 “아~ 강아지가 뚱땅 지나갔구나~” 하며 받아쳐야 해요.
틀렸다고 하면 또 울고,
맞다고 하면 자기 해석이 통했다며 박수 칩니다.
…근데 솔직히 전 아직도 “꿍따다 뿌아”가 뭔지 모릅니다.
말을 하면서 더 많은 감정을 배운다는 것
혼란스럽고 힘들 때도 많지만,
가끔 아기가 불쑥
“엄마 좋아
”
이런 말을 해줄 때면 진짜 울컥합니다.
그 말 하나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고
“내가 뭘 그렇게 힘들다고 했지?” 싶어요.
말은 어른보다 더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아기의 말은 가끔 우리보다 훨씬 명확해요.
💬 마무리하며
아기의 말문이 트이는 순간,
우리는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아이와 대화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아요.
말은 들리는데, 뜻은 모르겠고…
그렇지만 그 혼란 속에서
우리 사이의 언어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벅찹니다.
내일도 아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엄마~”를 부를 거예요.
저는 또 해석해보겠죠.
오늘보다 조금 더 알아들었으면 좋겠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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