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 이야기

아기 낮잠 시간을 중심으로 하루를 재설계 해봤다

by 하루반짝 2025. 4. 17.

아기 낮잠 시간을 중심으로 하루를 재설계를 3가지로 소개하겠습니다.

아기 낮잠 시간을 중심으로 하루를 재설계 해봤다
아기 낮잠 시간을 중심으로 하루를 재설계 해봤다

낮잠 시간, 숨통이 아니라 ‘기회 시간’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자주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도대체 나의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라는 물음이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흘러가고, 나중에야 시계를 보고 '벌써 저녁이야?' 하며 멍하니 서 있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낮잠을 자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시간, 그냥 ‘쉬는 시간’이 아니라 '기회의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전에는 아이가 낮잠을 자면 나도 같이 누워 쉬거나, 유튜브를 틀어놓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적으로는 회복되었지만, 하루가 흘러가는 감각은 여전히 아쉬웠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낮잠 시간을 ‘기회의 창’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이 시간만큼은 나를 위한 집중 시간으로 만들자고 다짐한 것이다.

우선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정리해봤다. 책 읽기, 노션 정리, 블로그 글쓰기, 운동, 영어 공부 등. 물론 하루에 전부 하긴 어렵다. 하지만 1시간~1시간 반 정도 주어지는 낮잠 시간 동안 하나만이라도 온전히 몰입해보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때부터 정말 신기하게도 하루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같은 하루인데, ‘나’라는 존재가 분명히 그 하루 안에 함께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 블럭으로 보니 ‘몰입 시간’은 낮잠 뿐이었다.

낮잠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처음 시도한 것은 노션에 타임블럭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하루를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30분 단위로 나누고, 내 루틴을 하나하나 기록해보았다. 아이가 일어나는 시간부터, 밥 먹이는 시간, 씻기고 놀아주는 시간, 집안일까지. 처음엔 그냥 빼곡한 표일 뿐이었지만, 나중엔 아주 강력한 현실 자각 도구가 되었다.

놀랍게도 하루 중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나, 아이의 낮잠 시간뿐이었다. 다른 시간에는 내 의지가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다. 아이의 울음, 갑작스러운 응가, 장난감 정리, 밥상 치우기… 변수 천지인 하루 속에서 유일하게 조용한 시간이 바로 낮잠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이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체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타임블럭에 ‘우선순위’를 정해 넣기 시작했다. 블로그 글쓰기가 목표인 날은 미리 제목과 소제목을 점으로 정리해두고, 운동을 하고 싶은 날은 매트와 영상 링크를 미리 켜두었다. 그렇게 준비된 몰입 시간은 훨씬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었고, 끝났을 때의 성취감도 컸다. 그냥 쉬는 1시간이 아니라, 나를 키우는 1시간이 되었다.

낮잠 중심 루틴이 주는 ‘예측 가능한 안정감’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은 단지 ‘일정한 시간’일 뿐 아니라, 내 하루의 기준점이 되었다. 아이가 오전 11시쯤 낮잠을 자기 시작하면, 나는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머릿속에서 슬슬 집중 준비 모드에 들어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내 몸의 리듬을 낮잠 중심으로 세팅하게 되었다.

이 안정감은 예상보다 훨씬 큰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하루가 훨씬 덜 혼란스러워졌다. 예상 가능한 루틴이 생기니 집안일도 효율적으로 움직였고, 나도 준비된 상태로 낮잠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둘째, 성취감이 생기면서 육아로 인한 무력감이 줄었다. 하루에 딱 1~2시간뿐이지만, 이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꾸준히 사용한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고, 실제로 블로그 글도 꾸준히 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낮잠 루틴을 남편과도 공유하면서 서로의 시간 조율도 훨씬 쉬워졌다. '아기 자는 동안 내가 이거 할게', '너는 이 시간에 잠깐 쉬어' 같은 식의 대화가 가능해졌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이 작은 시간 블럭이 가져다준 변화는 생각보다 컸고, 나는 오늘도 아이가 하품을 시작하면 괜히 두근거리며 노션을 열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