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의 타임블럭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왜 ‘엄마의 시간’을 시각화해야 했을까?
육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시간이 내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가 생긴 이후, 하루의 일정은 전적으로 아이의 상태에 달려 있습니다. 잘 자는 날은 조금 여유가 생기지만, 예민한 날엔 계획했던 일정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곤 합니다. 그런 날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제 하루는 기억나지 않고 아이와의 순간만 덩그러니 남습니다. 아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단지, 아이만큼 엄마의 시간도 존재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했습니다. “나는 도대체 하루에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물음에서부터요. 단순히 일과표를 쓰는 걸로는 부족했습니다. 아이가 자는 시간, 먹는 시간, 놀아주는 시간 외에 나만의 시간을 눈에 보이게 구조화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도구가 바로 ‘노션(Notion)’이었습니다.
노션은 단순한 메모 앱 그 이상이었습니다. 시간 단위로 나누어진 칸마다 활동을 색깔로 나눠 넣을 수 있고, 주간 단위로 계획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특히, 하루를 30분 단위로 쪼개고 그 안에 ‘엄마로서의 일’, ‘개인 시간’, ‘가사일’ 등을 블럭처럼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죠. 육아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반복되는 루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루틴 속에 ‘나를 위한 시간’을 심어두면 하루가 달라집니다.
시각화된 시간표를 매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내 하루도 존재하고 있다’는 감정이 생겼습니다. 아이의 낮잠 시간을 단순히 ‘휴식’이 아니라 ‘몰입 타임’으로 전환하게 된 것도 이 시각화의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일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불안감보다는 주도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만든 타임블럭 템플릿, 어떻게 구성했을까?
노션으로 처음 타임블럭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구글에서 템플릿을 다운받아 쓰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써보니 금세 느껴졌습니다. “엄마에게 맞는 시간표는 따로 있다.” 기존의 생산성 템플릿은 직장인, 프리랜서, 대학생에게는 적합했지만, 하루가 예측 불가능하고 유동적인 엄마의 일상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접 템플릿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엄마 전용’ 타임블럭 템플릿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하루를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30분 단위로 세분화했습니다. 그리고 활동을 4가지로 분류했어요.
아이 중심 시간 (노란색)
가사일 및 가족 돌봄 (녹색)
나를 위한 개인 시간 (파란색)
유동적/예상 못 한 변수 시간 (회색)
색을 나눠 표시하니 하루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왔고, 내가 얼마나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유동적 시간’을 일부러 넣은 것이 포인트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에는 항상 예외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전체적인 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간 보드를 만들어 요일별 테마도 설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정리의 날,
화요일은 블로그 글쓰기,
수요일은 운동,
목요일은 외출,
금요일은 리셋데이
이렇게 요일마다 ‘특색 있는 흐름’을 주면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어떤 날이지?’ 생각하는 재미도 생깁니다. 그리고 노션의 체크리스트 기능을 이용해, 타임블럭 안에 오늘 꼭 해야 할 일 1가지를 적고 마무리하면서 작은 성취감도 함께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템플릿이 완벽한 일정표가 아닌, 유연함을 기반으로 한 틀이라는 점입니다. 육아의 본질은 유연함이기 때문에, 이 블럭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그날의 컨디션이나 아이의 상황에 따라 블럭을 지우거나 바꾸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으면서도, 하루를 더 나답게 만들기 위한 도구로서 이 템플릿을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 후기: 하루의 주도권을 되찾은 기분
처음 이 템플릿을 만들고 1주일이 지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 하루에도 리듬이 생겼다”는 감정이었습니다. 전에는 아이가 울면 뛰어가고, 피곤하면 눕고, 설거지가 밀리면 그때그때 처리하는, 아주 즉흥적인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노션 타임블럭을 활용한 뒤에는 내가 하루를 먼저 설계하고, 그 흐름 안에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하루가 지나고 나면 ‘오늘도 나를 위한 뭔가를 했다’는 성취감이 남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낮잠 시간 1시간 동안 블로그 글 초안을 쓰거나, 20분간 스트레칭을 하거나, 단 10분이라도 명상을 하면 그 짧은 시간이 하루 전체의 감정을 바꿔줬습니다.
이 타임블럭 템플릿은 단순히 일정관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제 자신에게 ‘지금도 잘하고 있어’, ‘이 순간에도 너의 하루는 의미 있어’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주는 감정 관리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매일 아침 노션을 열어 하루의 틀을 맞춰가면서, 저는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루틴은 가족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남편과도 “오늘은 낮잠 시간에 ○○ 할 거야”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늘었고, 아이와도 예민한 순간을 더 차분히 대할 수 있게 되었죠. 타임블럭은 시간을 조율하는 기술인 동시에 삶을 정돈하는 마법 같은 툴이라는 걸 요즘 실감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하루는 예측할 수 없는 파도 같지만, 그 안에 작은 닻을 내리듯 이 템플릿을 펼쳐두면 어느새 마음의 중심이 잡히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오늘도 저는 아이가 낮잠에 들면 조용히 노션을 열어 하루를 디자인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엄마이면서 나인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이 작은 도구에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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