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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이야기

하루 3시간의 골든타임, 어떻게 활용할까?

by 하루반짝 2025. 4. 17.

아이가 낮잠자는 하루 3시간 정도의  골든타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루 3시간의 골든타임, 어떻게 활용할까?

내게도 ‘몰입의 시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육아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사라진 건 ‘몰입’이었습니다.

무언가에 오롯이 집중한다는 개념 자체가 무색할 만큼, 하루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끌려 다니는 일정으로 가득 찼습니다. 젖병, 이유식, 기저귀, 낮잠, 놀아주기, 정리정돈, 외출 준비… 매 순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고, 시간은 그저 ‘아이의 흐름’을 따라 흘러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저 육아 시스템의 일부가 된 듯했고,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이 흐릿해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조용히 책 한 권을 펼쳐 읽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몇 페이지 안 읽은 줄 알았는데, 어느새 40분 가까이 흐른 것이었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아, 나에게도 몰입의 시간이 가능하구나. 문제는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미리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사실이었죠.

그때부터 저는 하루 중 아이의 낮잠 시간, 혹은 밤잠 이후의 시간을 ‘몰입 시간’으로 간주하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쉬거나 멍하니 보내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집중의 시간으로 말이에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지만, 점차 이 시간의 가치가 커지면서 제 하루의 감정 곡선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1~2시간 동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다시금 제 안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재정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몰입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나 스스로 선택하고 집중해서 해냈다는 감각, 그것이 제게 큰 위안과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의 골든타임이 제게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시간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삶의 리듬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3시간, 나를 위한 계획은 사전에 완성됩니다

몰입의 시간을 알아차린 뒤, 다음으로 부딪힌 문제는 ‘그럼 그 시간에 무엇을 하지?’라는 고민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막상 아이가 잠들면, 그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다가 결국 넷플릭스를 보거나, SNS를 하다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뭔가 유익한 걸 하고 싶었는데…’라는 아쉬움만 남고, 성취감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계획을 미리 세우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매일 아침, 아이와 함께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전, 제 노션에 오늘의 골든타임에 하고 싶은 일을 한 줄로 적습니다.
예를 들면, “블로그 초안 작성”, “노션 캘린더 정리”, “스트레칭 30분+샤워”, “책 20쪽 읽기”, “신청서류 작성하기” 같은 소소한 목표들입니다. 이렇게 한 가지 ‘핵심 활동’을 사전에 정해두면, 아이가 자는 순간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집중도도 훨씬 높아졌습니다.

또한 저는 요일별로 테마를 정해두기도 했습니다. 월요일은 정리의 날, 화요일은 글쓰기, 수요일은 휴식, 목요일은 공부, 금요일은 자유 시간… 이런 식으로 루틴을 정하면 매일 계획을 새롭게 세우지 않아도 되어 심리적으로 훨씬 수월했습니다. 물론 어떤 날은 아이가 예상보다 빨리 깨어나거나, 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계획대로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도 ‘실패’가 아니라 ‘조정’이라고 생각하려 노력했습니다.

하루 3시간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을 ‘의식적으로 준비하고 맞이한다는 것’만으로도 제 하루는 훨씬 밀도 있게 느껴졌습니다. 준비된 시간은 같은 60분이라도 완전히 다르게 흘러갑니다. 아무 준비 없이 맞는 시간은 쉽게 흐려지고 마는 반면, 사전에 의도를 부여한 시간은 더 명확한 결과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결국 하루의 골든타임은 ‘어떻게 확보하느냐’보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나만의 골든타임 루틴이 주는 삶의 균형

하루 3시간. 사실 듣기에 따라선 너무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중 겨우 3시간을 가지고 무슨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 3시간은 단순히 시간을 넘어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기 확신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아이가 잠든 이 시간을 단순한 ‘틈새 시간’이 아니라, 저의 핵심 루틴으로 여깁니다. 예전엔 아이가 잠들면 ‘쉬자’, ‘좀 늘어지자’는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드디어 내 시간이야’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먼저 듭니다. 그만큼 제 안에서 이 시간이 중요한 시간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러한 루틴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삶의 균형감각입니다. 육아는 끝이 없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수가 생기며, 정답이 없는 세계입니다. 그 안에서 엄마로서의 정체성만을 계속 유지하려 하다 보면, 나 자신을 잃고 무기력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하루 3시간이라도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 있다면, 다시 육아의 중심으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저의 골든타임 루틴은 가족과의 소통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 스스로 감정이 안정되니, 아이에게도 더 여유 있게 반응할 수 있었고, 남편과도 대화를 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녁에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오늘 골든타임에 이런 걸 했어’라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고, 가끔은 남편도 함께 그 시간에 각자의 일을 하며 조용한 동반자 같은 느낌을 갖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루 3시간의 골든타임은 제 삶을 다시 제 중심으로 돌려주는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이 루틴을 통해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시간을 단단히 붙들고, 더 단순하게, 그러나 더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가고자 합니다.